예를 들어 사람의 좋은 점이 주먹밥의 매실장아찌 같은 거라고 한다면
그 매실 장아찌는 등에 붙어 있을지도 몰라.
세상 사람 누구나 등에 여러 가지 모양, 여러 가지 색과 맛의 매실 장아찌가 붙어 있어.
그치만 등에 붙어 있는 탓에 모처럼의 매실 장아찌가 보이지 않을 수도 있어.
'나한테는 아무것도 없어. 새하얀 쌀 밖에는...' 그럴 리가 없는데도...
누군가를 부럽다고 생각하는 건 다른 사람의 매실 장아찌는 잘 보이기 때문인지도 몰라.
나한테도 보여. 똑똑히 보여. 쿄우의 등에 붙어 있는 멋진 매실 장아찌가.
- "후르츠바스켓" 2권 중 일부
나는 종종 "내가 뭘 하고 싶은 지 모르겠어.", "내가 뭘 잘하는지 솔직히 잘 모르겠어."라는 말을 한다. 누구나 자기만의 달란트를 가지고 태어난다고 하는데 왜 나는 아직도 그 달란트를 찾지 못한 건지 모르겠다. 문득 10대 때 읽었던 "후르츠 바스켓"이라는 만화책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그때가 내 나이 열일곱인가 그랬던 것 같다. 한창 예민한 사춘기 시절이어서였는지 이 대목에서 펑펑 울었던 기억이 지금도 남아있다. '서른 즈음엔 내가 가진 매실 장아찌가 뭔지 알 수 있겠지?' 막연히 믿고 기대했었다. 어쩌면 나는 달란트란 '가장 특별하고 근사한 것'이란 생각에 사로잡혀 있는지도 모르겠다. 달란트를 정체성과 결부시켜 생각하는 것도 같다.
재미있는 건 내 주변 사람들도 자기가 뭘 잘하는 지, 자신이 얼마나 특별한지 잘 모른다는 거다. 한 번은 스터디 모임에서 서로의 장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내가 상대방의 장점을 이야기할 때 상대는 '나에게 그런 점이 있다고?'라며 놀라워했다. 상대방이 나의 장점을 이야기할 때 마찬가지로 나 역시 놀랐다. 그중에서도 허용이 가장 힘들었던 칭찬은 "유하는 똑똑해."였는데 나는 살면서 단 한 번도 내가 똑똑하다고 생각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내가 내 등 뒤에 있는 매실 장아찌를 보지 못하듯 다른 이들도 자기가 가진 특별한 열매를 보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꼭 말하고 싶었다. 당신이 가진 별이 또 내가 가진 별이 우리가 태어난 순간부터 지금까지 단 한번도 반짝이지 않은 날이 없었다고.
"우와! 저 별 좀 봐! 정말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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