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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창헌3

100-54. 가보지 못한 골목길을 가보지 못한 골목들을 그리워하면서 산다 알지 못한 꽃밭, 꽃밭의 예쁜 꽃들을 꿈꾸면서 산다 세상 어디엔가 우리가 아직 가보지 못한 골목길과 우리가 아직 알지 못하던 꽃밭이 숨어 있다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얼마나 희망적인 일이겠니!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서 산다 세상 어디엔가 우리가 아직 만나지 못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얼마나 가슴 두근거려지는 일이겠니! - 가보지 못한 골목길을, 나태주 - 백백 쓰기를 시작할 즈음 이 시를 읽었다. 그리고 이 시를 주제로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뭘 써야 할지 깜깜해서 결국 다음으로 미뤘다. 그리고 백백 쓰기 오십 네 번째 날, 다시 이 시를 꺼내 든다. 그때 내가 왜 아무것도 쓰지 못했는지 이제는 어렴풋이 알 것도 같다. 나는 .. 2022. 2. 25.
100-5. 너를 안으면 다시 인생을 사는 느낌이다 너를 안으면 다시 인생을 사는 느낌이다 네 눈빛 어두운 내 안의 우물을 비추고 네 손길 스치는 것마다 향기로운 구절초를 드리우고 네 이불 내 뺨에 닿으면 와인 마시듯 조용히 취해간다 네 목소리 내 살아온 세월 뒤흔들고 생생한 기운 퍼뜨릴 때 고향집 담장 위를 달리던 푸른 도마뱀이 어른거리고 달큰한 사과 냄새, 앞마당 흰 백합, 소금처럼 흩날리는 흰 아카시아 꽃잎 눈이 멀도록 아름다워 아아아, 소리치며 아무 걱정 없던 추억의 시간이 돌아와 메아리친다 - 슬프고 외로우면 말해, 내가 웃겨줄게, 신현림 - 2021년 5월 5일 새벽 다섯 시. 16년이란 세월을 함께 했던 반려견을 떠나보냈다. 반려견의 이름은 ‘꽁이’다. 대학1학년 여름방학 때 외삼촌의 지인분께 분양받아 운명처럼 한 가족이 된 요크셔테리어. 태.. 2022. 1. 7.
100-3. 내 가슴에서 지옥을 꺼내고 보니 내 가슴에서 지옥을 꺼내고 보니 네모난 작은 새장이어서 나는 앞발로 툭툭 쳐보며 굴려보며 베란다 철창에 쪼그려앉아 햇빛을 쪼이는데 지옥은 참 작기도 하구나 꺼내놓고 보니, 내가 삼킨 새들이 지은 전생이구나 나는 배가 쑥 꺼진 채로 무릎을 세우고 앉아서 점점 투명하여 밝게 비추는 이 봄 저 세상이 가깝게 보이는구나 평생을 소리없이 지옥의 내장 하나를 만들고 그것을 꺼내어보는 일 앞발로 굴려보며 공놀이처럼 무료하게 맑은 나이를 보내어보는 것 피 묻은 그것, 내가 살던 집에서 나와보는 것, 너무 밝구나 너무 밝구나 내가 지워지는구나 -내 가슴에서 지옥을 꺼내고 보니, 이윤설- 나는 고민을 사서 하는 사람이었다. 고민이 습관인 사람. 그래서 매사 심각하고 짜증이 많던 사람. 늘 예민해서 살이 잘 붙지 않는 사람.. 2022. 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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