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요즘엔 꿈을 잘 꾸지 않는다. 잠들었는지도 모르고 곯아떨어져서 눈을 떠보면 불도 끄지 않은 채 잠든 나를 마주하기 일쑤니까. 그런데 요 며칠 자꾸 꿈을 꿨다. 하루는 친구들이 대거 출동했다. 몇 년 동안 얼굴을 보지 못한 친구도 있었고 자주 연락하는 친구도 있었다. 모닝 페이지를 쓰면서 깨닫게 된 건 꿈에 출현한 친구들은 모두 내가 마음의 빚을 진 얼굴들이었다. 아마 나의 무의식 저 깊은 곳에 친구들에 대한 미안함이 내내 남아있었고 그래서 그 감정이 꿈으로 나타났었나 보다. 마음이 착잡했다.
어젯밤 꿈엔 흰 여우가 품 안에 뛰어드는 꿈을 꾸었다. 그 동안은 꿈속의 배경이 늘 초등학교 시절 살 던 집이었다면 이번엔 처음으로 현재 살고 있는 집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었다. 현관 밖이 시끄러워 문을 열고 나가보니 몸을 웅크린 채 떨고 있는 흰 여우 한 마리가 있었다. 내가 '이리온'하고 부르니 가만히 눈을 뜨고 일어나 내 품에 와서 안겼다. 한눈에 봐도 많이 아파 보였다. 나는 흰 여우를 깨끗하게 씻기고 보듬어 주었는데 뒤이어 이번엔 노랑 여우 한 마리가 또 집 밖에서 나를 보고 있었다. 나는 노랑 여우도 데리고 와서 깨끗하게 씻겨주었다. 흰 여우도 노랑 여우도 깨끗하게 씻겨 놓으니 눈이 부시게 예쁘고 아름다웠다. 두 마리 모두 조용히 나를 잘 따랐다. 잠시 후 병든 새가 내 방으로 날아 들어왔다. 나는 이번에도 아픈 새를 깨끗하게 씻겼다. 그랬더니 너무 귀엽고 예쁜 새의 모습으로 변했다. 나는 배가 고플 것 같아 새에게 모이도 주었다. 흰 여우와 노랑 여우 그리고 예쁜 새를 깨끗이 씻기고 돌보면서 내 마음이 참 편안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건 예쁜 새도 노랑 여우도 내 품에 안기지 않았는데 흰 여우만 내 품에 계속 안겼다는 거다.
꿈에서 깨고 나서 인터넷에 흰 여우 꿈을 찾아봤다. 좋은 얘기도 있고 나쁜 얘기도 있었다. 그런데 분명한 건 꿈 속에서 내게 온 그 동물들을 돌보아 준 그때의 마음이 참 행복했다는 것. 그리고 내 품에 안긴 흰 여우의 따뜻한 털의 감촉이 참 좋았다는 것. 그 기분 좋은 감정들을 떠올리니 누가 뭐래도 참 좋은 꿈이었구나 싶다.
꿈은 무의식이 내게 보여주는 메시지라는 말을 어느 책에서 본 적이 있다. 지금은 친구들에게 고마움과 동시에 미안함을 안고 살아가지만 머지않아 곧, 고마움을 더 큰 고마움으로 되돌려 주겠노라 다짐해본다. 흰 여우와 노랑 여우 그리고 예쁜 새의 이야기가 내게 주는 메시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행복했으니 그걸로 충분하다 싶다. 오늘도 어쩐지 꿈을 꿀 것 같은 밤이다. 오늘 밤 내게 찾아드는 꿈이 무엇이든 그저 행복했노라 말할 수 있길. 그럼 모두 굳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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