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60만 원. 최대 양보해서 배송비 포함 55만 원. 상대는 30만 원 후반. 우리의 거래는 결렬됐다. 어제 번개장터에 판매글을 올린 다인오디오를 둘러싼 신경전(?)의 결과다. 작년에 남동생에게 다인오디오 블루투스 스피커를 선물 받았다. 뭘 하나 사도 최고만 사는 녀석이라 가격이 꽤 나가겠거니 예상은 했다만 100만 원 대 스피커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아무튼 좋은 스피커도 있으니 세계적인 아티스트 BTS의 신곡 '버터'를 연결해 보았다. 그리고 '확실히 다르다'는 걸 단번에 느꼈다. 하지만 노래를 잘 듣지 않다 보니 얼마 지나지 않아 명품 스피커는 방 한구석에 처박힌 애물단지 신세가 되었다.
그래서 판매하자고 결심했다. 나보다 더 잘 써 줄 사람에게 보내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중고가를 감안해서 60만원에 판매글을 올렸다. 누가 사갈까 싶었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다. 그리고 판매글을 올린 지 24시간이 채 지나기도 전에 관심이 있다는 메시지 한 통이 날아들었다. 나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제품을 꼼꼼히 확인하고 사전 알려야 할 정보를 전달했다. 남자는 사용감이 있으니 가격 조정을 하길 원했다. 나도 55만 원까진 조정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었기 때문에 구매 예정자와 대화를 진행해 나갔다.
- 현재 직구로 40-50만원대면 구매할 수 있어요. 가격 더 내려주시면 안 되나요?
그러니까 구매를 원하는 상대방은 30만 원 후반대로 작년에 100만원을 주고 구매한 나의 스피커를 구매하겠다고 그 가격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나를 설득하고 있었다. 나는 그 분께 부디 원하는 가격에 스피커를 꼭 구매하시길 바란다고 메시지를 보낸 뒤 대화를 종결했다.
- 30만원 후반대로는 거래하지 않으실 건가요? 나중에 생각 있으면 연락 주세요.
이렇게 중고거래는 동상이몽으로 끝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판매자는 조금 더 가격을 후하게 받고 싶고 구매자는 조금 더 저렴하게 구입하고 싶다. 이 간극을 적절하게 조절해서 서로가 기분 좋게 합의할 수 있을 때 거래는 성사된다. 구매 예정자의 태도를 통해 나의 판매 태도를 되돌아보았다.
갑자기 스피커로 클래식을 감상하면 어떨까 궁금해졌다. 판매가 되지 않는다면 그 또한 나에게 좋은 일이지 싶다. 뭐가 됐든 다 좋게 흘러가고 있다.
'내마음 공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100-26. 꼭 이루어지지 않아도 괜찮아. (0) | 2022.01.28 |
---|---|
100-25. 달란트 (0) | 2022.01.27 |
100-23. 희망사항(feat. 코로나 백신 3차 접종 후기) (0) | 2022.01.25 |
100-22. 꿈해몽 (0) | 2022.01.24 |
100-21. 별들은 따뜻하다 (2) | 2022.01.23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