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27. 외롭다고 생각할 때일수록

이별, 뭉크

외롭다고 생각할 때일수록
혼자이기를,

말하고 싶은 말이 많은 때일수록
말을 삼가기를,

울고 싶은 생각이 깊을수록
울음을 안으로 곱게 삭이기를,

꿈꾸고 꿈꾸노니-

많은 사람들로부터 빠져나와
키 큰 미루나무 옆에 서 보고
혼자 고개 숙여 산길을 걷게 하소서.

- 외롭다고 생각할 때일수록, 나태주 -

 

 코로나3차 접종을 마치고 몸이 좋지 않아 목요일부터 오늘까지 그냥 쉬었다. 잠시만 나갔다 와도 몸이 좋지 않아 그냥 푹 쉬었다. 시간을 쪼개 계획한 빽빽한 일정을 해나가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던 날 대신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누워있는 진정한 휴식이었다. 막상 쉬려고 하니 그것도 쉽지 않았다. 처음엔 마음이 불안해서 책상에 앉아도 보았는데 허리가 아프고 집중이 잘 되지 않아 다시 침대로 가 누웠다. 하릴없이 휴대폰을 만지작 거리며 시간을 보냈다. 문득 외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가오는 명절에도 일을 하거나 집에 혼자 있을 예정이다. 예전엔 친구들과 여행을 가거나 남자친구와 시간을 보냈다. 올해는 온전히 나 혼자 보내는 명절이다. 몇 년 전에도 홀로 명절을 보낸 적이 있다. 냉장고도 텅텅 비어 있고 배달도 되지 않아 편의점에서 인스턴트식품으로 대충 끼니를 때운 기억이 있다. 다가오는 명절을 또다시 그리 보내고 싶지 않아 미리 냉장고를 채워두었다. 맥주도 몇 캔 사두었다. 1인용 밀키트에 맥주 한 캔이면 그럭저럭 괜찮은 명절을 보낼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그냥 외롭다는 생각이 든다. 혼자 보내야 하는 연휴도 괜찮고, 특별할 것 없는 밀키트와 맥주 한 캔이 전부인 단출한 저녁 식탁도 괜찮다. 새해 복 많이 받으라고, 눈을 맞추고 따스한 미소를 나누고 싶은 소중한 이의 부재가 나를 외롭게 하는 것 같다. 

 

 오늘은 유난히 외롭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인지 '당장 누워서 쉬어'라는 짝궁의 걱정이 싫지가 않다. 이제 그만 가서 누워야겠다. 외롭기 때문에 누군가의 관심이 더 애틋하고 감사하게 다가오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