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전에 올렸던 블루투스 스피커가 팔렸다. 오늘 오전 구매 요청 메시지가 왔고 퇴근 후 우리 집 앞에서 거래를 마쳤다. 그냥 내가 쓰려고 마음먹었는데 다른 구매 예정자들처럼 가격을 깎지도 않고 오늘 꼭 사고 싶다는 간결한 요청에 나도 판매 결심을 굳혔다.
구매자님께서 우리 집 앞에 도착했다는 메시지를 받고 블루투스 스피커를 들고 나갔다. 검은색 승용차 한 대가 깜박이를 켜고 길 가장자리에 서 있었다. 똑똑. 창문을 노크했지만 안에서는 아무런 인기척이 없었다. 다시 한번 똑똑. 두드렸지만 여전히 묵묵부답이었다. 조금 무서운 마음이 들어서 구매자님께 검은색 승용차가 맞는지 다시 여쭤 보았다.
'아니오! 검은색 SUV입니다.' 너무 놀라 주변을 다시 돌아보니 반대편 끝에 검은색 SUV 한 대가 서 있었다. 후다닥 그쪽으로 달려갔다. 너무 창피하고 또 미안해서 뒤를 돌아볼 수 없었다.
SUV 앞에 다다르자 50대 중후반의 부부가 서 있는 게 보였다. 가볍게 인사를 나눈 뒤 거래 물건을 뒷자석에 실었다. 나는 블루투스 스피커의 사용법을 간략하게 알려드렸다.
- 내일 우리 아들이 와서 연결해 준대요. 그때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아요. 내가 노래 듣는 걸 너무 좋아해서 우리 남편이 내 선물로 사주는 거예요.
해사하게 웃는 아주머니 옆 무뚝뚝한 아저씨께서 조용히 지갑을 꺼내 내게 돈을 건냈다. 나는 '고맙습니다' 감사한 마음으로 내게 오는 돈을 받았다. 물건을 받고 너무 행복해하시는 아주머니의 모습에 물건을 팔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피커가 이제야 임자를 만난 것 같아 뿌듯하기까지 했다.
30분 뒤 좋은 물건을 저렴하게 구입해서 만족스러운 거래를 했다는 구매자님의 후기에 내 주머니도 내 마음도 한없이 풍요로워졌다. 내게서 음악감상을 좋아하는 아주머니에게로 건너간 스피커가 제 실력을 마음껏 뽐내며 아주머니의 예쁨을 듬뿍 받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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