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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마음 공방

100-30. 섰다.

by 윈디 windy 2022. 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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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엄마는 7남매 중 장녀로 위로 오빠가 하나 아래로 동생이 다섯이다. 매해 명절 연휴가 되면 일본에 터를 잡은 막내 이모를 제외한 온 식구가 외할머니댁으로 총출동한다. 식구들이 다 모이면 외할어버지를 필두로 둥그런 원이 만들어지는데 이유인 즉, 섰다를 하기 위한 판을 마련하기 위함이다. 아침을 먹고 점심부터 돌리기 시작한 화투패는 새벽이 되어서야 잠시 멈췄다가 다음날 아침을 먹고 다시 움직인다. 보통 한 집당 한 명씩 참가를 하는데 우리 집의 경우 아빠가 먼저 투입된 뒤 엄마와 바통 터치를 하는 식이다. 머릿수가 모자라면 우리들에게도 차례가 돌아오는데 나는 단 한 번도 참가한 적이 없다. 반면 사촌 동생들은 왕왕 참가하여 돈을 잃기도 하고 따기도 한다. 식구들끼리 재미로 하는 놀음이다 보니 점당 100원을 쳐주는데 연휴 내내 쉬지 않고 치다 보면 적지 않은 금액을 잃기도 한다. 

 올 연휴엔 엄마 혼자 외가댁에 다녀왔다. 늘 그렇듯 식구들이 다 모이자마자 섰다를 시작했고 엄마는 우리집 대표로 참가했다. 연휴 첫날, 엄마는 만 이천 원을 잃었다. 그리고 다음 날 육만 5천 원을 땄다. 엄마는 미련 없이 패를 던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만족해했다. 같은 자세로 오랫동안 앉아 있다보니 허리도 아프고 엉덩이도 아프고 온 몸 안 아픈 곳이 없다고 앓는 소리를 하면서도 오랜만에 만난 형제자매들과의 돈독한 시간이 즐거우셨는지 엄마의 표정이 평소보다 환했다. 명절을 함께 보낼 형제자매 그리고 부모님이 계시다는 게 얼마나 큰 축복인지. 이번 명절 엄마의 환한 미소를 보며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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