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걸면 날마다
어디 있냐고 무엇하냐고
누구와 있냐고 또 별일 없냐고
밥은 거르지 않았는지 잠은 설치지 않았는지
묻고 또 묻는다
하기는 아침에 일어나
햇빛이 부신 걸로 보아
밤사이 별일 없긴 없었는가 보다
오늘도 그대는 멀리 있다
이제 지구 전체가 그대 몸이고 맘이다.
- 오늘도 그대는 멀리 있다, 나태주 -
3일 전, 제주도행 왕복 비행기 티켓 예매를 취소했다. 환불 수수료로 BHC 뿌링클 콤보 가격을 지불했다. 승질이 났다. 그리고 오늘 큰맘 먹고 예매했던 5성급 호텔의 오션뷰 룸 예약도 취소했다. 환불 수수료는 없었다. 마음이 무척 편안했다. 일월 초 남자 친구와 제주도 여행을 가기 위해 예매했던 비행기 티켓과 호텔이었다. 장거리 연애로 자주 보지 못해 생긴 서로에 대한 그리움을 제주도 여행으로 메워보려는 나름의 시도였다. 하지만 남자 친구의 사정으로 여행 일정을 봄으로 미뤄야 했다. 서운하진 않았다. 단지 한 달 이상 얼굴을 마주하지 못한 그 사람이 너무 보고 싶었다.
우리는 365일 중 350일을 만나는 껌딱지 커플이었다. 우리의 연애는 아침 일찍 만나 점심, 저녁까지 함께 먹고 디저트까지 헤치운 뒤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는 식이었다. 연애 초반에는 매일 보는 게 힘들었는데 한 해 두 해 만남이 지속되면서 이런 패턴에 익숙해졌다. 오히려 상대가 약속이 생겨 혼자 시간을 보내는 날이면 홀가분함 보단 내내 보고 싶은 마음으로 휴대폰만 만지작거렸다. 물론 다툰 적도 많았다. 말을 예쁘게 하지 않아서, 자존심이 상해서, 무시당한 기분이 들어서, 더 이상 날 사랑하지 않은 것 같아서 등등 이유는 천만 가지도 넘었다. 하지만 "미안해" 이 한마디면 서운했던 마음이 눈 녹듯 사라졌다.
연애가 길어지고 '나야말로 너의 백과사전이지!' 상대에 대해 모든 걸 안다고 호언장담 할 때 즈음 남자친구와 장거리 연애 모드에 들어갔다. 보고 또 봐도 보고 싶다 말하는 우리가 과연 장거리 연애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이 참 많았다. 시간이 흘러 장거리 연애 9개월 차가 됐다. 매일 연락을 하고 보고 싶다 말하지만 혼자 있는 이 시간들이 생각보다 힘들진 않다. 가끔 연락이 되지 않은 때에도 바쁜가 보다 한다. 오히려 매일 보던 때에는 한두 시간만 연락이 안 돼도 걱정되고 화가 났는데 말이다. 마음이 식어서가 아니다. 사랑이 바래서도 아니다. 네 마음도 내 마음처럼 나를 그리고 너를 사랑하고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오늘도 그 사람은 멀리 있다. 멀어진 그 사람 좇아 내 마음도 멀리 간다. 그렇게나마 그대를 만날 수 있어 참 좋은 밤이다.
'내마음 공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100-17. 걱정하지 마 (0) | 2022.01.19 |
---|---|
100-16. 조퇴는 즐거워 (0) | 2022.01.18 |
100-14. 나는 오렌지와 퍼플이다 (0) | 2022.01.16 |
100-13.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뜰 테니까! (0) | 2022.01.15 |
100-12. A man's life is what his thoughts make of it. (0) | 2022.01.14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