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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마음 공방

100-11. 행복

by 윈디 windy 2022. 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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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배우 사마리의 초상, 르누아르

 

저녁 때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

힘들 때 
마음속으로 생각할 사람 있다는 것

외로울 때 
혼자서 부를 노래 있다는 것.

- 행복, 나태주 -

 

 춥다. 오늘은 정말 무지막지하게 추운 날이었다. 작업화에도 핫팩을 깔고 안주머니에도 핫팩을 넣고 장갑 안에도 핫팩을 넣었다. 내복도 두 벌, 양말도 두 켤래. 털모자와 워머 그리고 방한 후드와 도톰한 패딩까지 완전 무장을 하고 작업장에 들어갔지만 30분이 채 지나기도 전에 '아! 집 가고 싶다'고 생각했다. 오늘은 정말 춥다, 추워!

 며칠 전 화장실을 들락거리다가 한 아주머니께서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이 추운 새벽에 여기엘 나오는건지. 서러워서 눈물이 다 난다."며 누군가에게 하소연하던 게 떠올랐다. 정말인지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여기엘 나와 이 고생을 하는 건지 순간 서러움이 몰려왔다. 그때 내 앞에 선 아주머니-그러니까 나보다 며칠 뒤에 입사를 하셨고 처음 보는 내게도 서글서글하게 웃어주시는 굉장히 친절하신 분-께서 "나는 자고 일어나면 힘든 것도 싹~ 다 나아. 이 나이에 여기에서 일할 수 있단 게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 여기가 딱 내가 바라는 직장이야!"라며 행복한 듯 말씀하셨다. 행복은 마음먹기에 달린 일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는데 실제 주어진 상황에서 행복이 아닌 서러움을 선택하고 있단 걸 깨달았다. 그러자 내게 온 모든 것들이 새로움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나는 머리가 조금 늦게 터진 어리숙한 아이였다. 그러니까 무언가를 이해하는 데 남들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했다. 'A는 B다.' 이 한 문장을 이해하는 데 몇 주가 걸리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보통 멍청한 게 아니었구나 싶다. 그래서였을까. 교사가 되고 교과 공부를 어려워하는 아이들의 마음이 진정 이해가 됐다. 그래서 나는 교직 생활 6년 동안 내게 따로 수업을 요청하는 학생이 있으면 주말도 반납하고 아이들을 만나 보충수업을 해줬다. 그 덕분인지  내가 가장 자신있게 할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무엇이든 쉽게 설명하는 거다.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지금 내가 경험하고 있는 이 모든 것들이 분명 내게 진짜 중요한 무엇을 주고 싶어 왔단 걸 매서운 강추위에 온 몸을 꽁꽁 얼려가며 깨달았다는 거다. 꽤나 매운 수업이 아닌가 싶다.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추위에 매우 취약한 인간이다. 그런 내가 영하 십도를 웃도는 한파 속에서 아홉 시간을 꼼짝 않고 견디고 있는 거다. 오늘은 한계치까지 다 달았었다. 일 하는 내내 내일은 쉴까, 나올까를 고민했다. 퇴근 후 "내일 보자!"는 누군가의 작별 인사에 결국 하루만 더 견뎌보자고 마음먹었지만 말이다.

 

 훈훈한 온기 가득한 집으로 들어서니 절로 '아으~ 추워!' 소리가 터져나왔다.  "난 너 집에 올 줄 알았지!" 엄마는 이 추위에서 도망쳐 오지 않은 내가 신기하다고 했다. 저녁으로 뜨끈한 추어탕을 두 그릇이나 먹었다. 추위가 조금 가시니 살 것 같았다.

 

하이 빅스비! 내일 날씨 알려줘!

 

"내일 OO구 OO동은 화창하겠으며 최저기온은 오늘보다 2도 낮은 영하 10도 최고 기온은 0도로 예상됩니다. 미세먼지는 보통입니다."

 

내일은 오늘보다 더 춥단다. 이를 어째. 벌써 뼈 속까지 시린 기분이다. 에이~까짓 거 뭐. 얼어 죽으면 산재처리되겠지! 농담으로 얼어붙은 마음을 추슬러본다. 배부르고 따뜻하니 온 몸이 노곤 노곤해진다. 역시 노동의 후 저녁 시간은 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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