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한 편에 삼만 원이면
너무 박하다 싶다가도
쌀이 두 말인데 생각하면
금방 마음이 따뜻한 밥이 되네
시집 한 권에 삼천 원이면
든 공에 비해 헐하다 싶다가도
국밥이 한 그릇인데
내 시집이 국밥 한 그릇만큼
사람들 가슴을 따뜻하게 덥혀 줄 수 있을까
생각하면 아직 멀기만 하네
시집이 한 권 팔리면
내게 삼백 원이 돌아온다
박리다 싶다가도
굵은 소금이 한 됫박인데 생각하면
푸른 바다처럼 상할 마음 하나 없네
- 긍정적인 밥, 함민복 -
단조로운 일상입니다. 새벽에 눈을 뜨고 출근을 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와 고해성사를 하듯 글을 씁니다. 잘 쓰지 않아도 된다고 했지만 좋은 글을 쓰고 싶은 욕심이 들끓습니다. 그러나 혼자서는 무리입니다. 일기 이상의 것을 쓴 기억이 너무 멀어 부끄럽지만 답안지를 훔쳐보듯 시집을 꺼내 들었습니다. 그렇게 오래전 시집 위에 남긴 어떤 흔적들을 더듬더듬 따라가다 보면 무언가 알 것 같기도 하고 생각날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러나 온전히 기억해내기엔 늘 시간이 촉박합니다. 11시 59분을 넘기면 뻥! 하고 터져버릴 시한폭탄 안고 있는 기분입니다. 그래요. 나는 생애 처음으로 마감이란 짐승에 쫓기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하얀색 모니터 위에서 재촉하듯 깜박이는 커서를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또 무얼 쓸까 막연한 심정입니다. 머리 속에 뒤죽박죽 떠다니는 몇 개의 단어들을 문장으로 나열해 얼추 읽을만한 글을 만들어 봅니다. 그러나 쉬이 읽히지 않아 몇 번이고 고쳐 쓰기를 반복합니다. 네. 힘듭니다. 아주 많이요. 왜 이걸 하겠다고 덤벼들었는지 그때의 나를 만날 수만 있다면 정말인지 한 대 쥐어박고 싶을 정도입니다.
그래도 행복합니다. 너무 거창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진짜 오랜만에 살아있는 나를 느낍니다. 너무 우스꽝스러워 보이겠지만 아으으~ 앓는 소리를 해대는 입술 끝에 맺힌 미소를 감출 길이 없습니다.
예전같으면 하릴없이 휴대폰 스크롤이나 내리고 있을 엄지손가락도 이제는 힘차게 스페이스바를 내려치는 키보드 위의 대장이 되어 분주히 움직입니다. 나머지 아홉 손가락도 엄지를 따라 키보드 위에서 종횡무진 활약 중입니다.
처음 저에게 '작가님'이라고 불러주셨을 때 뿌듯함보단 부끄러움이 앞서 왔음을 고백합니다. 백일 후에도 익숙해지지 않을 것 같지만 그래도 제게 온 새로운 이름을 두 손 모아 기쁘게 받겠습니다. 오늘은 그냥 기분 좋은 글을 써보고 싶었습니다. 이 정도면 성공한 듯 보입니다. 아마 내일 아침이면 아으으~ 앓는 소리를 하며 후회할 수도 있겠지만요.
아직 제 실력으론 팔백 자 이상은 무리입니다. 부디 너그러이 이해해 주시길. 그리고 편안한 밤 되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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