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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마음 공방

100-5. 너를 안으면 다시 인생을 사는 느낌이다

by 윈디 windy 2022. 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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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과 사람, 우창헌

 

너를 안으면 다시 인생을 사는 느낌이다

네 눈빛 어두운 내 안의 우물을 비추고
네 손길 스치는 것마다 향기로운 구절초를 드리우고
네 이불 내 뺨에 닿으면 와인 마시듯 조용히 취해간다

네 목소리 내 살아온 세월 뒤흔들고
생생한 기운 퍼뜨릴 때

고향집 담장 위를 달리던 푸른 도마뱀이 어른거리고
달큰한 사과 냄새, 앞마당 흰 백합,
소금처럼 흩날리는
흰 아카시아 꽃잎 눈이 멀도록 아름다워
아아아, 소리치며 아무 걱정 없던
추억의 시간이 돌아와 메아리친다

- 슬프고 외로우면 말해, 내가 웃겨줄게, 신현림 -

  

 

 2021년 5월 5일 새벽 다섯 시. 16년이란 세월을 함께 했던 반려견을 떠나보냈다. 반려견의 이름은 꽁이. 대학1학년 여름방학 때 외삼촌의 지인분께 분양받아 운명처럼 한 가족이 된 요크셔테리어. 태어난지 고작 50일밖에 되지 않은 콩알처럼 조그마한 아기 강아지. 나에게 꽁이는 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더없이 사랑스러운 존재였다. 16년을 함께 했으니 꽁이에 대해 얘기 하기 시작한다면 백일 백장 쓰기 프로젝트도 두렵지 않다.

 

 꽁이는 16년을 살면서 큰 수술을 서너 차례 받았다. 그 때마다 많게는 500만 원 적게는 300만 원 정도의 수술비를 지출했다. 때문에 나는 늘 꽁이가 아플까 봐 걱정을 했다. 정확하게는 꽁이가 아파 입원을 하거나 수술을 할 경우 발생할 엄청난 병원비가 더 걱정스러웠다. 그런 내 맘을 아는지 모르는 지 우리 꽁이는 자기 몸에 이상이 생기면 어서 병원에 데리고 가 달라고 가족들을 보채곤 했다. 보통 강아지들은 병원에 가길 싫어한다는데 우리 꽁이는 병원은 싫어하지만 아프면 병원에 가야 낫는다는 걸 경험으로 알았던 것 같다. 잔망스러운 것 같으니. 아무튼 노견으로서 건강이 많이 쇠한 꽁이가 걱정돼 20212월 거금을 들여 애견종합검진을 받았다. 청년의 심장처럼 팔딱거리는 꽁이의 심장소리에 놀란 수의사 선생님의 ‘걱정 마세요’란 진단에 가슴을 쓸며 앞으로 딱 3년만 더 내 곁에 머물러 주길 바랐다. 그리고 그 해 5월 꽁이는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우리 꽁이는 급작스럽게 쓰러졌고 쓰러진 날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오열하는 나의 눈물과 호소에 딱 일주일을 더 내 곁에 머물다가 떠났다. 그 일주일 덕분에 나는 꽁이를 잘 보내줄 수 있었다.

 

 고백하건데 나는 꽁이 덕분에 산 목숨이다. 2019년 삶을 놓아버리고 싶을 만큼 힘들었다. 실제로 인터넷에 자살 모임을 검색해 보기도 하고, 내가 자살을 하면 사망보험금이 몇 퍼센트 나오는지 알아보기도 했다. 그랬는데 결국 우리 꽁이 때문에 죽지 못했다. 엄마는 이제 더 이상 꽁이가 예쁘지 않다고 했다. 당시 엄마는 마음과 몸에 병이 들어 꽁이를 사랑해줄 여력이 없었다. 아빠에게 꽁이는 가족이 아닌 그냥 개였다. 내가 죽으면 우리 꽁이를 누가 돌봐주나. 나는 죽을 수 없었다. 그래서 다시 살기로 마음먹었다.

 

 꽁이는 내게 웃음이고 행복이었다. 아니 여전히 꽁이는 내게 웃음이고 행복이다. 나는 꽁이 생각을 하면 눈물도 나도 웃음도 난다. 보고 싶어서 눈물이 나고 또 어느 시절의 행복이 떠올라 웃음이 난다. 이 순간 나는 손끝으로 '꽁이'를 쓰고 마음으론 꽁이의 얼굴을 그린다. 꽁이가 참 많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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