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먹는 소 목덜미에
할머니 손이 얹혀졌다.
이 하루도
함께 지났다고,
서로 발잔등이 부었다고,
서로 적막하다고,
-묵화, 김종삼-
오늘도 참 많이 수고했어. 추운 데서 하루 종일 서서 일하느라 많이 고단했지? 네 몸보다 더 큰 옷을 겹겹이 껴입고 추위 때문에 잔뜩 긴장해 있다가 ‘드디어 퇴근 시간이구나!’ 일을 마치고 나면 온 몸 구석구석 밀려드는 통증에 눈물이 찔끔 난다. 오늘은 왜 배까지 아파서는. 정말인지 일하는 내내 조퇴하고 집에 가고 싶었는데 그냥저냥 꾹 참았다. 버스를 타려고 정류장까지 걸어가는데 발바닥이 쿡쿡 쑤셔서 바닥에 발을 딛는 게 너무 고통스러웠어. 아이구. 네가 주인 잘 못 만나서 고생이다. 미안해. 내가 꼭 성공해서 롯데 시그니엘 에비앙 스파 받게 해 줄게. 약속! 야! 너도 편하게 살고 싶지? 그러면 나한테 협조 좀 해 줘라. 내가 잘되는 게 네가 편히 사는 길이라고!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에이. 화내지 말고. 오늘은 욕조에 뜨끈한 물 가득 받아 네가 제일 좋아하는 에센셜 오일 가득 풀어서 목욕하자. 그러니 삐지지 마. 알았지?
그런데 한 달을 해도 어째 적응이 잘 안 된다. 이 일은. 나 계속은 못할 것 같아. 해 보는 데까지는 해 볼 텐데 우리 같이 고민을 좀 해 보자. 나 뭘 하면 좋을까? 응? 지금 하고 있는 거나 완성하라고?? 그럼 내가 10분 만에 백백 쓰기 완성하도록 좀 도와주든가. 지금 노트북이랑 한 시간째 눈싸움 중이거든! 뭘 써야 할지 모르겠다고. 벌써부터 모르면 어떻게 하냐? 이 멍청아. 그래도 재밌다고? 뭐가 재밌어. 막상 글 올리고 나면 유치해서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인데. 그래도 계속 쓰라고? 그런데 나 지금 누구랑 얘기하니. 내 얘기 듣고 있는 거지? 오늘 정말 고생했어. 아니다. 고생이란 말은 싫다. 오늘 참 수고했어. 고생이나 수고나 도긴개긴이지만 그래도 오늘 참 수고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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