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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마음 공방

100-54. 가보지 못한 골목길을

by 윈디 windy 2022. 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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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 우창헌

가보지 못한 골목들을
그리워하면서 산다

알지 못한 꽃밭,
꽃밭의 예쁜 꽃들을 
꿈꾸면서 산다

세상 어디엔가
우리가 아직 가보지 못한 골목길과
우리가 아직 알지 못하던 꽃밭이
숨어 있다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얼마나
희망적인 일이겠니!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서 산다

세상 어디엔가
우리가 아직 만나지 못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얼마나
가슴 두근거려지는 일이겠니!

- 가보지 못한 골목길을, 나태주 -

 

  백백 쓰기를 시작할 즈음 이 시를 읽었다. 그리고 이 시를 주제로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뭘 써야 할지 깜깜해서 결국 다음으로 미뤘다. 그리고 백백 쓰기 오십 네 번째 날, 다시 이 시를 꺼내 든다. 그때 내가 왜 아무것도 쓰지 못했는지 이제는 어렴풋이 알 것도 같다. 나는 가야 할 곳을 정하지 못한 채 무수히 뻗은 골목길을 헤매느라 막막했던 거다. 새로운 도전은 두려움이었다. 그때 나는 두려움을 마주 보는 것만으로도 너무 벅찼다.  

 

 어찌어찌 가야할 길의 절반을 넘어섰다. 그동안 내가 이어온 오십 세 개의 점들을 되짚어 본다. 무작정 지나온 길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점들을 따라가다 보니 하나의 선으로 이어지고 있음이 보였다. 그 길은 성장이었다. 그리고 성공이었다. 삶의 변화였고 새로움이었다. 나는 기존의 낡은 것을 버리고 새로운 나를 창조하기 위해 나아가고 있었다.

 

 어렸을 때 낮은 지붕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작은 마을에서 살았던 적이 있다. 나보다 다섯 살이나 많은 언니, 오빠들과 함께 늦은 저녁까지 이 골목 저 골목을 누비며 돌아다녔다. 가로등 하나 없는 캄캄한 길이었지만 언니랑 오빠라는 존재가 그렇게 든든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 나는 그때와 다르게 혼자서 어두운 골목길을 누비는 중이다. 그때의 언니, 오빠보다 훨씬 더 어른이 되었지만 홀로 걷는 골목길은 너무 깜깜하고 무섭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아직 가보지 못한 골목길을 더 많이 경험하고 싶다. 그 골목 어귀에 피어있을 알록달록 새로운 꽃들도 만나고 싶다. 그래서 오늘도 용기를 내어 씩씩하게 어두운 골목길로 성큼 걸어간다. 잘 못 들어서도 상관없다. 다시 돌아나오면 그만이다. 내 앞엔 여전히 내가 아직 가보지 못한 수많은 골목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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