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지 모를 싸한 기운에 순간 두 눈이 번쩍 떠졌다. 오전 6시 26분. 통근버스 출발은 6시 34분. 명백한 지각이었다. 발딱 일어나 쏜살같이 욕실로 달려들어갔다. 급한 대로 이는 닦았지만 세수는 하지 못했다. 오전 6시 31분. 어차피 오늘은 조퇴를 해야 하는 날이다.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으며 한번 더 고민했다. '그냥 가지 말까.' 그런데 그러면 안 될 것 같았다. 그래서 제일 빨리 오는 버스 시간을 확인해보니 오 마이 갓!! 5분 뒤 버스 도착 예정. 이 버스 놓치면 무조건 지각이다.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하고 그대로 대문을 나섰다. 엘리베이터에 도착하자 2분 뒤 버스 도착 예정. 1층에 내리자마자 냅다 뛰었다. 쉬지 않고 정류장까지 뛰었다.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근데 멈추면 후회할 것 같아서 참고 뛰었다. 하늘이 도왔을까. 버스 도착 30초 전에 버스정류장에 도착했다. 나는 결국 버스를 탔다.
고백하건데 '출근하자'라고 결단을 내리자마자 '할 수 없어'라는 부정적인 감정이 마음을 어지럽혔다. 5분 뒤 도착하는 버스를 탄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한편으론 어젯밤 잠들기 전에 한 결심(내일은 점심시간에 조퇴하자)을 꼭 지키고 싶은 마음도 컸다. 결국 나는 '할 수 없다'는 부정의 감정을 누르고 '어떻게 하면 제 시간에 도착할 수 있을까?'를 생각했다. 그리고 그 방법은 5분 뒤 도착하는 버스를 타는 것뿐이었다. 나는 방법을 찾고 내가 할 수 있는 최대의 속도로 달려가 결국 버스를 탔다.
늦잠을 잤고 그냥 출근을 했을 뿐인데 이토록 거창하게 오늘의 경험을 반추해 보는 이유는 내가 어떤 결심을 할 때마다 '할 수 없어'라는 두려움, 불안함, 좌절감 등의 감정이 자연스레 올라온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더불어 내 안에는 그 불안함을 뒤로 하고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이 생겼다는 것도 말이다.
누구나 흔히 겪는 그렇고 그런 경험일뿐이지만 나는 오늘 아침 통근 버스를 놓친 덕분에 내가 가진 두려움을 뛰어넘는 나 자신을 만나게 됐다. '할 수 있다! 해보자! 내가 된다고 하면 무조건 된다!' 마음속으로 수없이 외쳐보았다. 왠지 뭐든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뜨거운 용기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할 수 없어'라는 두려움이 올라오면 '어떻게 하면 해낼 수 있을까'를 생각하고 방법을 찾으면 결과는 신경쓰지 말고 무조건 행동하는 사람이 되자. 그게 내가 오늘 지각을 통해 세운 2022년 나의 행동 목표다.
'내마음 공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100-47. 비비디 바비디 부 (2) | 2022.02.18 |
---|---|
100-46. 질투는 나의 힘 (0) | 2022.02.17 |
100-44. 생각하라 그러면 부자가 되리라. (0) | 2022.02.15 |
100-43. 사랑도 할인이 되나요? (0) | 2022.02.14 |
100-42. 나무를 모르는 나무 (0) | 2022.02.13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