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2월 14일은 그냥 평소처럼 출근한 날. 그런데 퇴근 후 버스에서 내려 집으로 가는 길에 하얀색 종이 꽃다발을 들고 걸어가는 남자애를 보고 나서야 '아! 오늘이 발렌타인데이구나.' 퍼뜩 깨달아졌다. 늦은 오후, 한차례 쏟아진 겨울비에 까맣게 젖은 길 위를 걸으며 타지에서 외로운 오늘을 보냈을 그 사람을 떠올리니 괜한 미안함에 마음이 편치 않았다. 긴긴 연애 기간 동안 숯한 기념일을 챙겨 왔고 그때마다 소소하게나마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었는데 이번엔 택배로 선물을 보내주기로 약속하고 각자의 일상을 꾸리며 조금은 쓸쓸한 하루를 보냈다.
화려한 선물 대신 그 사람이 갖고 싶어하는 실속 있는 선물을 골랐지만 초콜릿만큼은 특별한 걸 주고 싶어 G사의 인기 제품을 준비했다. 라면 박스 크기의 상자 하나를 선물과 초콜릿 그리고 그 사람이 좋아하는 간식들로 꽉 채웠다. 택배 상자를 받고 기분 좋은 미소를 지을 누군가의 얼굴을 상상하니 내 입가에도 옅은 미소가 걸렸다. 행복했다.
"에이. 그 정도 만났으면 챙기는 건 생일 정도지. 뭘 일일이 챙겨~ 뭐 정 섭섭하면 천 원짜리 가나 초콜릿 하나 주면 돼."
주변에서 종종 듣는 얘기다. 물론 나도 모든 기념일을 일일이 챙기진 않는다. 다만 긴 시간을 내곁에 있어준 고마운 사람에게 시간보다 더 깊어진 내 사랑을 특별한 날의 힘을 빌려 표현해 보고 싶을 뿐이다. 사랑한 시간이 길어졌다고 해서 표현하지 않은 마음이 저절로 보이는 건 아니니까 말이다. 세상의 모든 것이 할인되더라도 사랑만큼은 할인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사랑이 할인된다는 건 마음이 식었다는 의미일 테니까. 그리하여 나는 오늘도 사랑에 사랑을 더해 멀리 있는 그 사람에게 보낸다. 부디 내가 건넨 마음이 온전히 전해지기를, 줄 수 있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말하지만 실은 더 깊은 마음으로 되돌아오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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