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겨울 철이 되면 손톱 발톱 거스러미를 일주일에 한 번씩 꼭 제거해준다. 수족냉증 때문인지 추운 계절이 되면 유난히 거스러미가 많이 올라온다. 그래서 틈틈이 보습제를 발라주는 것도 잊지 않는다. 엉망진창인 손을 누군가에게 보였을 때의 심정은 마치 며칠을 씻지 않은 꼬질한 모습을 들킨 것 같은 부끄러움을 남긴다.
샤워는 했는데 시간이 없어 머리는 감지 못하고 외출했을 때도 비슷한 부끄러움을 느낀다. 늦잠을 자서 결국 머리를 감지 않고 외출을 할 경우 하루종일 머리에서 냄새가 나진 않을지 신경이 쓰인다. 이건 마치 볼 일을 보고 제대로 뒤처리를 하지 못한 것 같은 불쾌한 찝찝함이다. '조금만 더 일찍 일어나서 준비할걸.' 나의 게으름이 그렇게 원망스러울 수가 없다. 나는 노메이크업으로 외출하는 건 괜찮아도 머리를 감지 않고 외출하는 건 견디기 힘들다.
쓸데없는 말을 많이 했다고 생각하는 날엔 혹시 말실수를 하진 않았는지 신경이 쓰인다. 괜한 말을 한 것 같기도 하고 굳이 그 말까지 할 필요가 있었나 싶기도 하다. 정말 오랜, 소중한 친구일수록 말을 더 고르고 아끼게 된다. 다행히 나에게도 무엇이든 말할 수 있는 상대가 있는데 그건 나보다 더 말이 많은 남자 친구다. 그리고 남자 친구는 내가 무슨 말을 해도 웃어주고 괜찮다 해주기 때문에 말실수를 할까 봐 걱정하지 않는다.(가끔은 '응, 응.' 대답만 하고 잘 듣지 않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정리가 되지 않은 공간에 있으면 그게 그렇게 답답할 수가 없다. 그래서 나는 무슨 일을 시작하기 전엔 방이나 책상을 깨끗하게 정리 정돈한다. 나아가 샤워를 하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는다. 그렇게 산뜻한 공간, 몸, 자세를 갖춘 뒤 일을 시작한다. 공부 못하는 애들이 준비하는 시간만 한나절이라던데 내가 딱 그 짝이다. 그래도 그렇게 해야만 나는 마음이 편한 사람이다.
누구에게나 사소하지만 무척 신경쓰이는 것들이 있다. 지저분한 손톱 거스러미, 감지 않은 머리, 수다스러움, 지저분한 공간 등 내가 참지 못하는 사소함들이야말로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가장 잘 드러내 주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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