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만에 지독한 감기몸살에 걸렸다. 워낙 건강체질이다 보니 감기에 걸려도 하루면 거뜬히 회복했었는데, 이번 감기는 쉬이 떨어질 생각이 없는 듯하다. 벌써 삼일째 끙끙 앓는 중이다. 시국이 어수선하다 보니 기침이라도 할라치면 그렇게 주변 눈치가 보인다. 혹시나 싶은 마음에 오미크론 경미 증상에 대해 찾아봤다. 다행히 오미크론 증상(발열, 기침, 근육통, 두통, 구토, 설사 등)이라고 할만한 게 나타나지 않아 조금은 안심이 됐다.
감기약이 통 듣지를 않는다. 제일 힘든 건 두통과 콧물이다. 휴일은 무슨 일이 있어도 알차게 보내자고 마음 먹었는데 마음과 다르게 자꾸만 침대에 오르게 된다. 머리게 무거우니 눕는 게 제일 편하다. 눈이 쿡쿡 쑤셔서 책을 보기도 힘들다. 어제오늘 내내 늦잠을 잤고 그것도 모자라 낮잠까지 잤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주방으로 가 커피포트에 물을 올렸다. 감기에 좋은 차를 한 잔 마실 생각이었는데 내 손은 습관처럼 커피믹스를 집었다.
컵 두개를 꺼내 큰 잔엔 뜨거운 물을 가득 받아 에센셜 오일 한 방울을 떨어뜨렸다. 금세 기분 좋은 향이 주위를 가득 채웠다. 작은 컵엔 커피믹스를 넣고 뜨거운 물을 적당히 부었다. 나는 커피는 입천장이 홀랑 벗겨질 정도로 뜨거운 물에 부어 먹는 걸 좋아한다. 책상에 앉아 뜨거운 커피믹스 한 모금을 마셨다. 그제야 무거운 두통이 가시는 기분이었다.
내가 커피믹스를 마시기 시작한 건 사회생활을 시작했을 무렵이다. 하루 종일 일에 쫓기며 화장실 한 번을 가는 것도 큰 일었을 엄청 빡빡한 시절이었다. 그때 우연히 누군가가 건넨 커피믹스 한 잔을 마시게 됐다. 쓰디쓴 일상을 잠시 잊게 해주는 달달한 커피믹스의 맛, 그리고 짧은 시간이나마 누렸던 여유로움이 내게 큰 위안이 됐다. 그때부터 내게 커피믹스는 여유, 휴식의 의미가 되어 하루 한 잔은 수혈하듯 꼭 마셔야 하는 필수 음료가 됐다. 물론 취향이 확고해 꼭 마시는 브랜드의 커피믹스만 마신다.
오늘의 백백쓰기도 순전히 커피믹스 덕분에 쓰는 글이다. 가끔 농담처럼 '커피믹스를 개발한 사람이야 말로 노벨평화상감'이라고 얘기할 만큼 나는 커피믹스를 사랑한다. 나의 피로 회복제 커피믹스. 커피믹스는 진정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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