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쩐 일인지 방과 후 수업을 다녀온 날은 평소 출근하는 날보다 배로 힘이 든다. 오늘은 출근 후 오전에 조퇴를 하고 집에 들러 수업 준비를 마친 뒤 다시 강의를 하러 갔다. 곧 비가 쏟아질 것 같은 어두운 하늘, 제법 쌀쌀맞은 바람 덕분에 두터운 외투를 꺼내 입고 집을 나섰다. 아침 겸 점심으로 군고구마를 하나 먹었으나 웬일인지 뜨거운 라떼 한잔이 간절히 마시고 싶었다. 양손에 짐만 없었다면 당장 사 마셨을 테지만 안타깝게도 짐이 너무 많았다.
초등학교 1,2학년 저학년 수업은 80분이 어떻게 흘러가는 줄도 모르고 시간이 쏜살같이 가버린다. 그만큼 정신없고 부산하고 혼이 쏙 빠진다. 질문도 많고 도와줄 것도 많고 정리해줄 것도 많고 거리두기 안내도 틈틈이 해야 하기 때문에 몸이 열개면 딱 좋겠다 싶을 만큼 정신이 없다. 다행히 3학년 이상의 고학년 수업은 학교 생활 짬밥(?)을 좀 먹은 아이들과 진행하기 때문에 큰 어려움이 없다. 훨씬 수월하고 편안하다. 대신 질문이 많지 않아 틈틈이 아이들을 들여다봐야 한다. 이 녀석들도 초등학교 1학년 시절엔 쫑알쫑알 질문도 참 많았을 텐데 3학년만 돼도 모르면 혼자 고민하지 좀체 물으려 하지 않았다. 그래도 내 눈엔 그저 귀여운 꼬꼬마들이다.
코로나 확진으로 지난 첫 수업에 이어 이번주 수업도 제법 많은 학생이 확진으로 인한 결석을 했다. 코로나 확진 소식만 들려도 예민해지는 요즘이다. 특히 면역력이 약한 아이들과 함께 수업을 진행하다 보니 더 조심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부디 1분기 수업 종료까지 모든 학생들이 무탈하길 기도한다.
3시간의 수업을 마치면 하루 일당보다 더 많은 돈을 받는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이틀 연속 일을 한 것 마냥 온몸이 축 쳐지고 기운이 없다. 이런 일을 경험할 때마다 단순 노동보다 정신적 노동의 강도가 배는 더 든다는 걸 실감한다. 아침부터 출근하고 방과 후 수업까지 다녀온 나 자신, 오늘 하루 정말 수고했다. 스스로 토닥토닥하며 이 밤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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