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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마음 공방

100-78. 당근의 오해

by 윈디 windy 2022. 3.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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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비바제이스토어

 

 

 오늘 당근 마켓에 나에게 필요 없는 물건을 무료 나눔 하겠다는 글을 올렸다. 10분이 채 지나지 않아 나눔을 받고 싶다는 메시지가 날아왔다. 그리고 오늘 오후 4시에 나눔을 받기로 한 분과 만나기로 약속을 했다. 감사하게도 우리 집 앞까지 와주신다고 하셨다. 어느덧 오후 4시가 되고 집 앞에 도착했다는 그분의 메시지를 받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갔다. 

 

 우리 아파트 동은 출입구가 두 개다. 나는 A출입구로 나가보았다. 아무도 없었다. B출입구로 나가보았다. 역시 아무도 없었다. 이상했다. 분명 도착했다는 메시지를 받았는데 아무도 없었다. 그 분께 메시지를 보내려는데 "저기요"하는 소리가 나를 불렀다. 소리를 따라 고개를 드니 덩치가 큰 50대 중후반 아저씨가 나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나는 그제야 내가 왜 아무도 보지 못했는지를 알았다. 나는 거래 약속을 분을 "40대 아주머니"라고 단정 짓고 있었기 때문에 그 외에 타인을 볼 생각을 하지 않았던 거다. 

 

 나는 평소 내가 참 개방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다른 이들보다 편견 없이 세상을 본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최근 유튜브에서 동성커플의 썸네일을 보고 너무 거부감이 들어 빠르게 스크롤을 내렸다. 나는 동성애를 인정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막상 현실의 동성커플의 사랑을 마주하곤 거부감을 느껴버렸다. 이 사실에 적잖이 당황했었다. 그런데 이번에도 나는 정말 한치의 의심 없이 거래자를 40대 여자분으로 단정지어 버렸던 거다.

 

 내가 살아가면서 이렇게 단정 짓고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는 것들이 얼마나 많을까를 생각했다. 진심으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나에게도 이 세상에게도. 나는 여태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내가 생각하고 싶은 대로 생각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이 세상 모든 것들은 단순하고 또 다양하다. 이번 일을 기회로 그 새로움을 깨우칠 수 있어 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오늘 나는 내가 필요 없는 걸 나눈 대신 더 값진 선물을 받았다. 나를 위해 온 귀한 선물에 깊이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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