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햇살 따스한데
속이 비고 허약한 이는
썰렁하다 합니다.
봄이라고 앞다퉈 꽃이 피는데
진눈깨비
내리니
꽃샘추윈가 봐요
날씨보다
가슴이 시리면
더 춥다 하네요.
꽃샘추위
지나고 나면
예쁜 꽃이 피겠지요.
- 꽃샘추위, 하영순 -
비가 내리는 새벽길 속으로 뛰어갔다. 후두득 후두득. 일정한 리듬으로 우산을 두드리는 빗방울 소리가 자장가처럼 들려왔다. 아으 추워! 갑작스레 찾아온 꽃샘추위에 움츠렸던 몸과 마음이 금세 편안해졌다. 그러나 현장은 달랐다. 어제와 사뭇 다른 차가운 공기에 나도 모르게 몸을 옹송그린 체 제자리에서 뜀뛰기를 했다. 잠시라도 몸을 쉬면 기다렸다는 듯 추위가 덤벼들어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견딜 수가 없었다. "아가씨가 살이 너무 없어서 그래." 유난히 추워하는 나를 향해 아주머니들이 걱정스러운 듯 한마디씩 했다. 그 따뜻한 관심에 절로 미소가 그려졌다.
내일은 더 춥다고 한다. 이미 세탁해 장농에 넣어둔 패딩을 꺼내 입자니 가성비가 안 살고 그렇다고 오늘 입은 옷-등산용 초겨울 점퍼, 후리스, 내의-을 그대로 입고 가자니 내일 맞닥뜨릴 추위가 걱정이고. 도대체 뭘 입어야 할지 모르겠다. 아무래도 피딩을 한번 더 꺼내 입어야 할 것 같다.
꽃샘추위. 꽃 피우는 봄을 시샘하여 부리는 겨울의 심술인걸까. 나는 꽃샘추위가 몰고 온 바람이 한겨울의 바람보다 더 시리게 느껴진다. 이제 꽃샘추위가 물러나면 진짜 봄이 오겠지? 그땐 언제 추웠냐는 듯 불어오는 바람에도 내리쬐는 햇살에도 따뜻함이 잔뜩 배어있을 테지.
현재의 고단함은 내가 피울 아름다운 봄꽃을 시샘하여 부리는 인생이란 녀석의 귀여운(?) 심술인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분명한 건 얄궂은 꽃샘추위가 지나고 나면 보는 것만으로도 환한 웃음이 나는 어여쁜 꽃이 핀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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