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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마음 공방

100-68. 장바구니

by 윈디 windy 2022. 3.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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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고 싶은 게 생기면 우선 담고 본다. 어디에? 각종 사이트 장바구니에! 물론 인기 제품은 망설이는 사이 품절되기 일쑤다. 사지 못하면 내 것이 아니었구나 쿨하게 보내준다. 가끔 속이 쓰린 때도 있다. 최근에도 네이버 장바구니, 해외직구 장바구니에 사고 싶은 것들을 담아두었다. 이미 몇 번을 보내준 터라 지금 장바구니에 남아있는 건 그다지 마음에 쏙 드는 것들은 아니었다. 

 최근 환율이 대폭 오르면서 해외 상품의 가격이 크게 올랐다. 환율 오르기 전에 주문했어야 했는데! 안타까움에 무릎을 쳤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일이었다. 지금 갚을 치르면 족히 3~4만 원은 더 써야 했다. 결재가 더욱 망설여졌다. 그뿐인가. 장바구니에 담아둔 제품이 하루 사이에 두배로 가격이 뛰었다. 무슨 일인지 알 수가 없었다. 아마도 날씨가 급히 따뜻해지면서 봄 시즌 제품 가격이 대폭 오른 것 같았다. 어제만 해도 3만 원 후반대면 살 수 있던 제품을 오늘은 6만 원 후반대 에로 결재해야 했다. 결국 이 제품도 사지 않기로 결정했다.

 만만한 제품을 골라 장바구니에 넣어두었지만 정말 사야 하는가 망설여졌다. 솔직히 고백하건데 옷장에 아직 입어보지도 않은 옷들이 꽉 들어 차있다. 해외직구로 하나 둘 장만한 옷들이었다. 코로나로 재택근무로 입을 일이 없어 그대로 묵혀둔지 1년이 넘었다. 사람 마음이 참 요사스러운 게 이것만 사면 흡족할 것 같았는데 막상 내 손에 떨어지고 보니 또다시 다른 데 눈길이 갔다. 이것도 중독이라면 지독한 중독이었다. 

 

 남자친구가 내일까지 화이트데이 선물로 받고 싶은 걸 장바구니에 담아두라고 했다. 그래서 냉큼 운동복 세트를 담아두었다. 삼만 팔천 원. 남자 친구가 못마땅한 듯 이런 건 안된다고 잔소리를 했다. 그런데 막상 선물로 받으려고 보니 살 게 없었다. 이미 다 있었다. 내가 쇼핑할 땐 이것도 필요하고 저것도 필요했는데 남자 친구가 사준다고 하니 이미 다 있어 살 게 없었다. 아 나는 여태 사지 않아도 되는 것들을 계속 사들였구나 싶어 현타가 왔다. 충동적으로 꽉 채운 장바구니 목록을 하나 둘 지워나갔다. 그랬더니 정말 필요한 건 딱 하나였다. 

 지금 내 일상은 마치 마구잡이로 꽉 채운 장바구니 같다. 그래서일까. 가장 중요한 걸 놓치는 느낌이다. 충동과 불안으로 꽉 채운 마음을 천천히 비워나가다보면 내게 정말 필요한 한 가지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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