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내마음 공방

100-70. 호의가 계속되면 호구된다.(feat. 쿠팡 반품 정책 변경)

by 윈디 windy 2022. 3. 13.
728x90
반응형
SMALL

 

 

 그렇다. 나는 3달째 쿠팡에서 반품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나는 반품 업무를 무척 쉽게 생각했다. 사람들이 잘못 받거나 마음에 들지 않거나 상품에 하자가 있는 제품을 되돌려 보내면 그것을 빠르게 처리해 고객의 불편을 덜어주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상은 너무 참혹했다. 그래. 참혹했다. 반품업무를 맡기 전엔 한국인의 정직함, 미담, 안전, 올바른 시민의식에 대해 한치의 의심도 없었다. 물론 상식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는 이는 어느 사회에서나 존재한다. 하지만 그건 극소수일 거라 확신했다. 아니 의심한 적도 없으니 확신이라는 단어조차도 필요 없는 순수한 믿음이었다. 

 

 반품 업무를 맡은 첫날, 이 물건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싶은 당혹감이 하루 종일 이어졌다. 50개가 들어있는 마스크를 개봉해 몇 개를 빼 쓰고 보내는 건 귀여운 수준이었다. 한달이 넘게 입은 옷을 품질이 좋지 않다고 반품하는 일은 다반사였고 여러 개를 주문한 뒤 그중 하나를 다른 옷과 바꿔치기하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아동복 반품 건에서 자주 일어나는 문제다)라면 한 박스를 주문하면 두 봉지를 뺀 뒤 반품시키거나 누가 봐도 여러 번 사용한 제품인데 품질 불만으로 반품을 하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가장 최악인 건 빈상자를 보내거나 본상품을 헌제품과 바꿔치기하는 경우다. 그뿐인가. 본품 박스는커녕 내용물이 다 빠지고 형체도 구분할 수 없는 제품을 검은 비닐봉지에 둘둘 말아서 보내는 경우도 너무 많았다. 반품 업무를 하다 보면 험한 말이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다. 하루에 200개 정도의 제품을 반품 처리하는데 그중 미개봉 상품은 손에 꼽고 제품을 개봉했으나 사용하지 않은 제품도 극소수다.  안타깝고 아깝지만 너무 많은 제품이 폐기되거나 사용 불량으로 넘어간다. 나는 쿠팡의 무조건 반품 정책이 무모하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악용하는 이가 넘쳐났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주 활동하는 쇼핑 커뮤니티에서 쿠팡 반품 정책이 바뀐 것 같다는 글을 보게 됐다. 아쉬워하는 글쓴이와 달리 나는 쾌재를 불렀다. 그렇지! 진작 이렇게 했어야지 싶었다.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알고 악용하는 사람들에게 자진해서 호구가 되어줄 필요는 없다. 쿠팡 반품 정책의 변경은 전적으로 혜택을 남용한 이용자의 책임이다. 

 

 

728x90
반응형
LIST

'내마음 공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100-72. 초보N잡러  (0) 2022.03.15
100-71. 화이트데이  (0) 2022.03.14
100-69. 애쓰지말자  (0) 2022.03.12
100-68. 장바구니  (0) 2022.03.11
100-67. 타이머  (0) 2022.03.1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