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리를 먹다가 문득 어렸을 적 학교 앞 문방구에서 백 원이면 사 먹을 수 있었던 불량식품이 떠올랐다. 그땐 오백 원만 있으면 친구들과 뭐든 다 사 먹을 수 있었다. 문방구에서 파는 불량식품은 대체로 백 원이면 거의 다 살 수 있었는데 내가 자주 사 먹었던 과자는 콜라맛 젤리, 맥주 맛 사탕, 쫄쫄이, 아폴로, 테이프 과자였다. 여름이면 백 원짜리 쭈쭈바를 사서 반으로 갈라 친구와 나눠먹기도 했다.
가끔 용돈을 많이 받는 날엔 학교앞 분식집으로 달려갔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메뉴는 떡꼬치였다. 특히 달콤 새콤한 떡꼬치 양념이 너무 맛있었다. 고백하건대 성인이 되어서도 근무했던 학교 앞 분식집 떡꼬치가 너무 맛있어서 퇴근할 때마다 들려 사 먹곤 했다.
겨울이 되면 만화가게 앞 호떡집에서 호떡을 사먹었다. 이상하게 호떡은 하나 이상 먹으면 맛이 없었다. 그래서 하루에 딱 하나만 사 먹었다. 단골집 만화방 사장님께서 부러 빼둔 신간을 제일 먼저 빌린 뒤 과자를 잔뜩 사서 친구네 집으로 간다. 따뜻한 바닥에 배를 깔고 누워 값싼 불량식품을 집어 먹으며 만화책을 보는 그 시간이 무척 행복했다. 그때 참 별일 아닌 일에도 자지러지게 웃음이 나고 쌩뚱맞게 눈물이 흐르고 그랬다. 그래도 그때의 나는 내 인생을 감정에 따라 충실히 살았던 것 같다.
그냥 젤리를 먹고 쫄쫄리를 먹다가 나의 학창 시절이 생각났을 뿐이다. 먼 훗날의 어느 날, 젤리를 먹다 문득 지금 이 순간이 떠오른다면 그냥 행복한 기억뿐이었으면 좋겠다. 그냥 평온한 기억뿐이었으면 좋겠다.
'내마음 공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100-65. 감정의 습관 (0) | 2022.03.08 |
---|---|
100-64. 젊은 꼰대 (0) | 2022.03.07 |
100-62. 나의 브랜드 "지구별 여행자 windy" (0) | 2022.03.05 |
100-61. 평범한 하루 (0) | 2022.03.04 |
100-60. 기분전환 (0) | 2022.03.03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