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왕을 견제하는 장치로 '경연'이라는 제도가 있었다. 왕과 신하들이 모여 서로의 학문을 나누고 각종 사회 문제를 토론하는 장이었다. 하지만 말이 학문을 토론하는 경연이지 혼자서 다수의 신하를 상대해야 하는 왕의 입장에서는 참견이고 견제고 훈수라는 생각이 강했을 것이다. 실제 '연산군일기', '광해군일기'를 살펴보면 연산군과 광해군이 경연을 차일피일 미루었다는 내용들이 기록되어 있다. 하지만 역대 왕들 중 경연을 적극 장려해 반대로 신하들에게 큰 부담을 지어준 왕이 있었으니 바로 오늘날 대왕으로 칭송되는 "세종대왕"이다.
조선 시대 성군의 상징인 세종의 재위 시절 역사를 기록한 책 '세종실록'에는 세종 14년 12월 22일 경연에서 신하들이 질문에 답변하지 못하자 괜찮다면서 신하들을 다독이는 장면이 나온다. 세종은 학문이 탁월했는데도 매일 같이 경연에 나가 신하들과 경전 등을 강론하고 현안을 논의했다. 왕이 경연에 나갔다는 것을 뜻하는 '경연에 임어했다'는 표현은 세종실록에 1천615건 나오며, 경연에 참석했으되 다른 식으로 기록된 기사를 합치면 2천 건이 넘는다. 세종이 유학 경전과 역사에 능통했고 실용 학문까지 섭렵하고 있어 경연관들이 늘 긴장 상태일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결국 왕의 유능함을 따라가기 위해 경연관들도 밤낮없이 학문에 매진해야 했고 이런 긴장과 노력이 조선의 농학·문학·언어학·음악·수학·과학·경제학·천문학·군사학 그리고 인권에 이르기까지 나라의 수준을 세계 최고로 높인 비결이었을 것이다.
오늘 대선후보들의 토론을 지켜보면서 문득 '세종대왕'님이 떠올랐던 건 토론을 가장한 힐난의 논쟁을 그래도 끝까지 지켜봐야 하는 데서 오는 피로감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정치도 경제도 잘 모른다. 다만 우리를 이끌 리더는 이 모든 것에 능통한 사람이길 바란다. 유능한 리더를 따르는 이들도 결국 공부하고 연구할 수밖에 없도록 이끄는 이이길 바란다. 그 마음 하나로 지금껏 대선후보들의 토론을 빠짐없이 지켜봤다. 국민으로서 내가 해야 하는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이제 곧 다음 주면 우리나라 20대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다. 부디 올바른 마음으로 우리를 대표해 줄 유능하고 정직한 리더가 대한민국의 20대 대통령이 되어주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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