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곱슬머리를 귀 밑까지 싹둑 잘랐다. "아깝지 않으세요?" 혹시나 내가 후회하는 건 아닌지 걱정스레 묻는 디자이너 선생님의 배려가 참 고마웠다. "전혀요. 아주 속이 다 후련해요." 솔직히 긴 머리를 자르는 게 아깝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3년을 길러온 머리였다. 애착이 있는 건 아니지만 그냥 틀어 올리면 되는 긴 머리가 간편해서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너무 지저분했다. 곱슬, 잔머리, 얇은 모라는 최악의 조건을 모두 갖춘 머리칼은 미용실을 가지 않은 1년 3개월 동안 마치 사람의 손길이 타지 않은 무성한 정글 숲과 같은 날것 그대로의 모습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모자를 쓰지 않으면 외출이 불가능할 지경에 이르러서야 나는 미용실을 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우리나라 최고의 헤어샵 중 한 곳으로 예약을 했다. 동네 미용실도 매직에 세팅에 뿌리 펌을 들어가면 30만 원을 줘야 했다. 마음에 들지 말지 확신할 수 없는 곳에 30만 원을 쓰느니 돈을 좀 더 주더라도 마음에 꼭 드는 시술을 받고 싶었다. 사실 내 상황에서 이런 사치를 부리는 게 맞는지 스스로에게 묻고 내면과도 대화를 해봤다. 그리고 나는 오늘 최고의 디자이너 실장님께 정말 마음에 쏙 드는 시술을 받았다.
예전에 유튜브에서 봤던 영상 하나가 떠오른다. 미국의 이름난 성공 기업인이 사람들에게 "가장 최고의 서비스를 받아라. 그 경험이 나를 그런 환경으로 데려가 줄 것이다."라고 했던 게 기억난다. 오래전 봤던 영상임에도 기억에 남는 걸 보면 꽤 강렬했던 메시지였던 게 틀림없다. 오늘 최고의 관리와 서비스를 받으며 돈 덕분에 누리는 이 모든 호사가 감사했고 앞으로도 이런 서비스를 누리며 살고 싶다는 열망이 일었다. 나아가 사랑하는 우리 엄마에게도 내가 받았던 이 모든 것들을 누리게 해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제 내가 할 일은 어떻게 하면 이런 서비스를 평생 받으며 살아갈 수 있는 경제력을 갖추느냐다. 어떻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반드시 찾고 실천해서 내 열망을 꼭 실현시키겠노라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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