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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마음 공방

100-36. 오소리국밥

by 윈디 windy 2022. 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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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블로그 "백수공간"

 

 

 작년 12월에 신청했던 경기도 면접 수당이 오늘 오전 입금되었다. 한 달이 넘는 기간 동안 아무런 연락이 없어 안됐구나 포기하고 있었는데 지난주 신청 완료 메시지가 도착했고 오늘에야 지역화폐로 입금 완료가 된 것이다. 무려 5만 원이라는 용돈이 생겼다는 사실에 아침부터 기분이 날아갈 듯 좋았다. 

 

 "부자는 단 돈 1원이 생겨도 뛸 듯이 기뻐한다."

 

 문득 이 메시지가 떠올랐고 나는 큰 소리로 '감사합니다! 너무 기쁘다! 나는 돈을 끌어당기는 자석이다!'라고 외치며 5만원이 입금되었다는 사실에 열렬히 기뻐했다.(혼자 집에 있었기에 가능한 행동이었다) 기쁨을 큰 소리로 말하고 온몸으로 느껴보니 정말로 내가 엄청난 부를 갖게 된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한껏 유난스럽게 기쁨을 만끽한 뒤 책상에 앉아 오늘 일정을 정리하고 있는데,

 

"오늘 오소리국밥 먹으러 가자!"

 

 집에 있기 너무 답답하다는 엄마의 청에 정말 오랜만에 외출을 했다. 그렇지 않아도 내가 좋아하는 바디워시 브랜드의 세일 소식이 들려 나갈지 말지 고민을 하던 차였다. 백화점에 들렸다 저녁을 먹으면 딱 되겠다 싶어 서둘러 준비를 마치고 집을 나섰다. 오후의 날씨는 무척 따뜻했다. 

 

 생각보다 길어진 쇼핑을 마무리하고 엄마가 먹고 싶다는 국밥집에 갔다. 친구분의 강력 추천으로 방문하게 된 순대국밥집인데 오소리 국밥이 환상적이라며 꼭 먹어보라고 했단다. 엄마와 나. 오소리 국밥 둘을 주문했다. 맥주도 한 잔 마시고 싶었지만 엄마가 술을 좋아하지 않아 참았다. 

 내장 국밥은 냄새를 잡기 어려운데 국물이며 내장이며 냄새 없이 깔끔했다. 국밥집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겆절이와 깍두기도 환상적이었다. 보통 국밥은 국물에 밥을 말아먹기 마련인데 나는 내장만 건져 먹고 밥은 잘 먹지 않는다. 내장만 싹 건져먹는 날 보며 엄마는 "하여튼. 어쩜 이런 건 지 아빠를 꼭 닮았을까"라며 혀를 찼다. 국밥 한 그릇을 먹는 폼새에서도 유전자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게 내가 생각해도 참 신기했다. 

 

 "엄마 맛있었어?"

 "응. 맛있었어! 그런데 다음엔 다른데 가자."

 "그래."

 

 맛있게 잘 먹고 불평아닌 불평을 하는 엄마의 말에 동의하는 걸 보면 나는 엄마 딸도 맞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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