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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마음 공방

100-97. 63번째 생일

by 윈디 windy 2022. 4.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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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근을 하기 위해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한 발짝 내디뎠는데 어제보다 훈훈한 아침 공기가 기분 좋게 나를 맞아주었다. 하루가 다르게 따뜻해지는 출근길이 너무 행복했다. 또 하루가 다르게 탐스러워지는 벚꽃 무더기를 바라보는 것도 지친 일상에 활력을 주는 행복이었다. 오늘은 엄마의 63번째 생일날. 나는 조퇴를 결심하고 출근길에 나섰다. 

 

 열시 반에 조퇴서를 작성하고 회사 건물 밖으로 빠져나왔다. 건물 안은 여전히 한겨울인데 밖으로 나오자마자 후덥지근한 열기가 느껴졌다. 봄을 지나 여름까지 느껴지는 따뜻한 온기에 꽝꽝 얼어있던 근육들이 부드럽게 풀어지는 게 느껴졌다. 내 온몸이 이제야 진짜 봄을 만끽하고 있었다.

 

 가볍게 차려입고 엄마와 벚꽃 구경을 위해 밖으로 나왔다. 아파트 단지 내 자리 잡은 벚꽃 나무들은 흐드러지게 피어나 바람결에 꽃잎이 날리는 장면은 마치 그림인 듯 아름다웠다. 새찬 바람에 모자가 날아갈 지경이었지만 그 기운만은 마냥 봄이었다. 올해 처음으로 아이스 음료를 사 들고 봄꽃을 보러 근처 공원을 찾았다. 피크닉을 온 사람들, 뛰어노는 강아지들, 산책을 나온 부부, 데이트를 하러 나온 연인 등등 수많은 사람들이 봄을 누리는 중이었고 그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들뜬 기분이 들었다. 

 

 혼자서 보내는 생일은 생각보다 쓸쓸하다. 다행히 엄마의 63번째 생일은 따뜻하고 포근했다. 저녁엔 아빠와 작은 언쟁을 벌이기도 했지만 맛있는 음식을 나눠먹으며 적당한 선에서 이야기를 마무리 지었다. 엄마가 먹고 싶어 한 음식을 준비하고 생일 선물은 용돈을 드렸다. 아빠와의 언쟁은 편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오늘 꽤 행복했다고 엄마는 말했다. 사랑하는 엄마의 생일을 행복하게 해 줄 수 있어  나 역시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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