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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마음 공방

100-100. 백백쓰기를 마치며

by 윈디 windy 2022. 4.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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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르담의 유령 - 샤갈(1953)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

- 귀천, 천상병 -

 

 드디어 백백쓰기 대장정의 마침표를 찍는 마지막 글을 쓴다. 처음 백백쓰기를 도전할 때만 해도 100일 동안 매일 글을 쓸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뭘 써야 하는지도 몰랐거니와 글을 잘 쓸 자신도 없었기 때문에 신청서를 보내는 순간까지도 고민했고 백백쓰기 프로젝트에 선정됐다는 문자를 받았을 때도 기쁨 반 두려움 반의 복잡한 마음이 들었다. 

 

 중간 중간 위기도 참 많았다. 피곤했던 날, 뭘 써야 할지 몰라 몇 시간을 멍하니 앉아 있던 날, 마음의 여유가 없을 만큼 참 많이 힘들었던 날, 온몸을 몽둥이로 두들겨 맞은 것처럼 아팠던 날 등등 그럴듯한 이유들을 핑계 삼아 이쯤에서 멈추고 싶었던 때도 있었다. 그래도 꾸역꾸역 책상 앞에 앉아 어떻게든 글을 써냈다. 글을 쓰면서 마음속 응어리를 풀기도 했고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듯 성공을 다짐한 날도 많았다. 무엇보다 글을 통해 나 자신과 참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나는 백일 동안 글을 쓰면서 나라는 사람을 더 많이 이해하고 믿고 사랑하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얼마나 사랑받고 있는지, 운이 좋은 사람인지도 깨달았다. 

 

 백백쓰기를 시작할 때 마지막 글은 꼭 천상병 시인의 '귀천'으로 마무리 짓겠노라 다짐했었는데 그 다짐을 지킬 수 있게 되어 진심으로 기쁘고 행복하다. 백백쓰기를 시작하기 전에 나는 내 인생은 미완성이라고 생각했다. 한참 모자라고 엉망이고 불안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끊임없이 나를 들여다보고 내면의 소리를 귀 기울여 듣고 써 내려가면서 내 인생이 얼마나 완벽하고 멋진지를 알게 됐다. 지금 내가 경험하고 있는 모든 것들이 나를 위한 선물이고 축복임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그렇다고 힘든 게 힘들지 않은 건 아니지만 다만, 힘든 일도 나를 위한 신의 사랑임을 알기 때문에 더는 두렵지가 않다. 

 

 그리하여 나는 나의 이번 생을 정말 신나고 즐겁게 잘 놀다 가려 한다. 사랑도 실컷 하고, 좋은 것들도 많이 누리면서 나의 행복과 너의 행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려 한다. 책과강연의 4기 백백쓰기는 오늘로 마무리되지만 내 인생의 백백쓰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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