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레이키 공지사항

나는 '치유'라는 말을 쓰지 않기로 했다.

by 윈디 windy 2023. 1. 24.
728x90
반응형
SMALL
오버워치 캐릭터 '메르시'

레이키 힐러의 역할은 무엇일까?



22년 12월에 레이키 힐링 무료세션을 진행하고, 올해 1월 레이키 유료세션을 오픈했다. 유료세션의 가격부터 프로그램까지 고심해서 준비했지만 홍보도 미흡했고, 스스로에 대한 확신도 부족했기 때문에 과연 신청자가 있을까 의심스러웠지만 정말 감사하게도 여러 힐리분들께서 세션을 신청해 주셨고 나는 내가 좋아하는 '레이키'를 통해 '즐겁게 돈을 버는' 첫 경험을 하게 되었다.


사는 게 너무 힘들 때 정말 숨이 꼴깍 넘어가기 직전에 나는 레이키를 만났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레이키 수업을 신청했었고 새벽 일찍 일어나 왕복 6시간의 길을 오가며 수업을 들었던 기억이 어제 일처럼 또렷하다. 그때의 나는 레이키만 배우면 앞으로의 내 삶의 모든 면들이 환하고 평온해질 거라 믿었다. 실제로 레이키와 생활하기 시작하면서 불안했던 마음을 평온하게 안정시키는 게 한결 수월해졌고 오랜 명상으로도 끄집어내지지 않았던 나의 무의식의 어두운 면들을 만나는 경험도 자주 하고 있다. 나는 매일 꾸준하게 레이키를 통해 나의 내면으로 들어간다. 하지만 여전히 어둡고 어렵고 두려운 감정들이 나를 덮쳐온다. 레이키를 배우고 행하는 힐러가 된 나조차 내면의 어둠을 다 거둬내지 못했는데 이런 내가 타인의 내면을 '치유'해주는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떠오를 때마다 나는 스스로에게 질문하곤 한다.

'레이키 힐러의 역할은 무엇일까?', '나는 어떤 힐러가 되고 싶은가?'

'치유'하는 힐러가 아닌 본연의 존재로 되돌아갈 수 있도록 '길잡이'가 되어주는 힐러


나조차도 현실의 삶이 너무 고통스러워서 그 고통을 끝내고 싶은 마음으로 레이키를 붙잡았다. 고통은 '나쁜 것, 불편한 것, 그래서 한시바삐 없애버려야 하는 것'으로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다 문득 '고통은 정말 나쁜 것일까?' 하는 물음표가 떠올랐다. 그 즉시 공책을 펴고 '내가 좋아하는 나'와 '내가 싫어하는 나'의 모습들을 차근히 적어보았다. 정말 놀라웠던 건 '내가 싫어하는 나'의 모습으로 현재 나의 인생이 굴러가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나는 '내가 싫어하는 나'의 모습으로 현재를 살며 현재를 고통이라 믿고 있었다. 즉 내 마음이 '내가 좋아하는 나'의 모습을 붙잡으려 애쓰고 '내가 싫어하는 나'의 모습을 억누르고 미워하고 증오하고 있었기 때문에 억눌린 나의 수많은 모습과 감정들이 내 인생을 고통으로 혼돈으로 이끌며 자신의 존재를 인정해 달라고 부르짖고 있었던 거다. 그제야 나는 왜 내가 이 고통의 굴레를 벗어나고 싶어도 벗어날 수 없었는지 이해하게 되었다.

레이키를 찾는 수많은 힐리분들 역시 몸으로 또 마음으로 스스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다고 믿는 어떤 고통을 없애기 위해 레이키를 찾아온다. 레이키 세션을 시작했던 작년 12월의 나는 힐리분이 겪는 어려움을 반드시 치유해주고 싶다는 다짐 일종의 책임감과 함께 과연 내가 정말로 치유해 줄 수 있을까 하는 의심도 가졌다. 신기한 건 막상 레이키 세션에 들어가면 모든 의심이 사라지면서 오직 힐리분에게만 집중하게 되었다.

나는 레이키를 통해 힐리의 내면에 억눌린 수많은 감정들을 마주한다. 그리고 레이키를 통해 받은 가이드를 힐리에게 전한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레이키는 모든 걸 치유해주는 마법 도구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 부분은 힐러 자신에게도 마찬가지다. 레이키 세션 이후 힐리가 반드시 수행해야 할 숙제(?)가 있다. 레이키를 통해 받은 메시지를 잘 되새기며 자신의 내면으로 더 깊숙이 들어가는 자기만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레이키를 받기 전 이 과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결국 레이키 어튠을 받았다. 힐리와 힐러의 차이는 단지 레이키를 쓸 수 있냐, 없느냐일 뿐이다. 힐러도 힐리도 자신의 깊은 내면으로 들어가 본연의 나를 만나야 한다는 점은 똑같다.

내면으로 들어간다는 것은 나의 고통을 치유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나의 고통을 일으키는 원인을 깨닫고 풀어내어 본연의 나, 무한한 사랑으로 돌아간다는 뜻이라고 오랜 명상과 몇 달간의 레이키 그리고 거울명상을 통해 머리로는 완전히 이해하였고 지금은 몸과 마음으로 느끼는 중이다.

내가 생각하는 레이키는 치유의 도구가 아니다. 따라서 레이키 힐러 역시 치유사가 아니다. 레이키는 진짜 나를 만나는 그 여정을 돕는 환하고 따뜻한 빛이다. 그리고 레이키 힐러 역시 힐리가 본연의 존재로 되돌아갈 수 있도록 그 옆을 함께하는 '길잡이'다.

나와 함께 오랫동안 내면 치유를 공부해온 지인에게 무료 레이키를 해드렸는데 한 달이 지난 어느 늦은 밤 레이키 유료세션을 신청하는 전화가 걸려왔다. 이 분 역시 정말 오랜 시간 자신의 상처받은 내면을 치유하기 위해 부단히 애쓰고 노력해 온 분이었다. 첫 무료세션 때 사랑받지 못한 내면의 아이를 만난 후 결국 자신이 해야 할 일은 내면의 나를 만나야 한다는 것을 깨달으셨다고 했다.

레이키를 마치고 언제 또 세션을 진행하면 좋을지 묻는 지인에게,

치유하려 들지 말고, 고치려 들지 말고, 애쓰지 말고, 지금 느낀 이 불편함을 모두 느껴주세요. 인정해주세요. 그 불편함을 아픔을 먼저 보듬어주세요. 그다음 언니의 내면이 레이키를 찾으면 그때 오시면 되지 않을까요.

지인분은 가벼운 마음으로 그러겠노라 했고, 아직 우리는 만나지 않았다. 지인분께서 내면의 길을 잘 찾아 가고 있는 중이라고 나는 믿는다. 나 역시 지인분께 전했던 그 메시지를 따르고 있는 중이고.

그래도 난 어쩌면
내가 이 세상에 밝은 빛이라도 될까 봐
어쩌면 그 모든 아픔을 내딛고서라도
짧게 빛을 내볼까 봐
포기할 수가 없어
하루도 맘 편히 잠들 수가 없던 내가
이렇게라도 일어서 보려고 하면
내가 날 찾아줄까 봐

- 나의 사춘기에게 가사 중, 볼빨간 사춘기 -


나는 레이키를 참 좋아한다. 짧은 시간이지만 나를 이만큼이나 성장시켜 준 고마운 존재이기 때문이다. 레이키를 통해 내가 빛나는 존재임을 찰나이지만 느꼈고 또 지금도 느끼는 중이다.
인생의 가장 어두운 터널을 지나가는 길에 레이키를 만나 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힐러가 된 이유 역시 나와 같이 어둠을 지나는 분들이 자신이 빛과 사랑임을 깨닫길 바라는 간절함에서다. 싫어하는 일을 하며 돈을 버는 나 자신을 수치스러워하던 어느 날 볼빨간 사춘기의 '나의 사춘기에게'의 가사를 듣고 펑펑 울었던 기억이 난다.

내가 이 세상에 밝은 빛이라도 될까봐 어쩌면 그 모든 아픔을 내딛고서라도 짧게 빛을 내볼까 봐

아무리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가 또 당신이 얼마나 예쁘고 반짝이는 빛인지 이 생을 통해 알아지는 순간이 분명 올 거라 믿는다.

728x90
반응형
LIST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