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은 내게 참 시린 계절이었다. 아주 많은 것을 잃어야 했고 나의 우를 인정해야 했으며 기존에 가지고 있던 낡은 것들을 버리느라 내내 애를 써야 했다. 그럼에도 버틴다는 건 언젠가 이 모든 것들도 지나갈 것을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다고 해서 힘들지 않은 건 아니다. 다만 조금 더 오래 참고 견딜 수 있는 힘이 생겼을 뿐이다.
2022년 첫날에 나는 폭풍 같은 눈물로 하루를 마감했다. 그냥 모든 게 다 서럽고 원망이 됐다. 그래서 내가 믿는 신께 죄송하다고 기도했다. 원망해서 죄송합니다. 탓해서 죄송합니다. 더 오래 버티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소리 없는 울음에 몸도 마음도 구겨지고 무너졌다. 거울 속 내 표정이 너무 지쳐 보여서 더 눈물이 났다. 그대로 침대에 누워 눈을 감았다. 얼굴선을 타고 떨어지는 눈물을 손바닥으로 거칠게 문질러 닦았다. 잠시 후 엄마가 방문을 열어보더니 환한 형광등 아래 누운 나를 보곤 대신 불을 껐다.
“요즘 눕기만 하면 곯아떨어지는구나.” 나는 대꾸하지 않은 채 엄마가 건넨 사과 한쪽을 받아먹었다. 제대로 살고 싶다. 사과를 먹으면서 그런 생각을 했던 것도 같다.
솜처럼 가볍고 따뜻한 글을 쓰고 싶었다. 마음이 몽글몽글해지고 행복해지는 글말이다. 그런데 마음이 춥다 보니 처음 쓰는 글이 우울하기 짝이 없다. 다행인건 지금 내가 무언가를 끄적일 수 있단 사실만으로도 큰 위로를 받는다는 거다. 이것 봐라. 우는 소리 잔뜩 해댔지만 결국 나는 나를 포기할 수 없다. 그리하여 백백을 시작하며 나름의 각오를 다져본다.
내게 오는 모든 것들은 단지 견뎌야 하는 고통이 아니다. 나의 봄을 위한 준비의 시간이다. 그러므로 나는 나의 겨울을 온 힘을 다해 끌어안고 나아가겠다. 그렇게 인정하고 껴안아주면 내 인생에도 나만의 봄이 찾아오겠지. 나의 2021년은 겨울이었다. 그러므로 누가 뭐래도 나의 2022년은 따스한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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